유행을 타는 것 같은 말... OO에서 한 달 살아보기.
20여년 전 유치원생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해보겠다고 뉴질랜드에서 한 달 살기를 했더랬다.
한 달 동안 내가 한 것은 영어교육보다는 서점과 도서관 구경이었고 특히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동네서점을 찾아다니는 재미로 책 구경만 실컷 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요즘도 나에게 깃들어지는 세상의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씻어버릴 수 있는 루틴 중 하나는 책이 있는 공간에 가는 것이다. '북 샤워가 필요해 !'하고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많은 책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우연히 눈에 띄고 손에 잡히는 책을 만난다. 그러면 그냥 평안해지고 에너지를 얻는다. 완독하고 나면 기억은 휘발성 있게 사라지고 에너지만 남았다.
p.135 내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곳은 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 같았다. 몸과 마음을 회복할 장소, 다음 행보를 계획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장소, 게다가 미몽에서 깨어나는 나를 눈가림할 집 잃은 친구들이 있었다.
4~5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작가 김영하 님이 방문해서 보여줬던 파리의 독립서점. 그때도 파리를 여행하고픈 마음보다 떠돌이인 나로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던 기억이 난다. 나같이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아니 재능이란 것 자체가 있다 없다라고 생각해 볼 여지도 없는 사람이작가가 되어 그곳에 가보고 싶노라 마음이 스산하다. 나도 그곳에 가면 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현실적인 판타지 같은 곳. 장소이면서도 장소 이상의 다른 의미가 있는 존재에서 나도 텀블위드가 되고싶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과 함께 작가가 겪으면서 풀어내는 다양한 등장인물 간의 이야기들이 소설 같지만허구가 아닌 이야기들이라 더 흥미롭다.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누구에게나 각자의 시간이 주어진다. 흘러간다고도 하고 날아간다고도 표현하는 시간. 그런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시간을 멈춰버리게 한다.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독립서점 또는 북카페 같은 것을 창업해 살아보고도 싶다.
무엇을 해보겠다.
무엇을 좋아한다.
참 희미한 그런 느낌들이 자꾸만 자꾸만 떠오른다.
잊고 지냈던 무언가 나에게 중요한 것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
끊어졌던 신경세포들이 연결되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