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에 대한 개인적 해석과 울림에는 정답이 없다.
타인의 취향에 흥미를 느끼는 나의 취향과 전문적인 예술적 지식이 없는 나를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은 전에 읽어봤던 <방구석 미술관>처럼 재미의 당김으로 이끌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미술관에 가고 싶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고
읽고 나니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철학도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미술책이 아닌 철학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고 "재미있지? 철학은 어려운 게 아니야~" 라고 미술을 통해서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했다.
<메이슨 자>를 읽을 땐 십수 년 전 지인의 충고가 떠올랐다.
"너는 안이 훤히 보이는 어항 같은 사람이야. 보여줄 것 보이지 않고 감춰야 할 것을 구분 해야하는 세상에서 너는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이용하기 딱 맞게 다 보여서 상처받을 까 걱정된다."
나처럼 종류별로 유리병을 사 모으고 다 먹은 잼 병이나 소스 병을 못 버리는 유리병에 대한 애착 있는 작가의 말에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나는 어항이 아닌 유리병 같은 사람이 되어있는지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안에 담고 있는 것이 썩어가지는 않는지 그 안에서 잘못된 것은 없는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했으면 잘한 대로 세상에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 내 안에 든 것만 움켜쥐고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빛이 통과하도록 길을 내어준다는 것은 유리병이나 어항이나 같다.
여태까지 내가 어떤 재료 같은 성격인지 탐구했다면 이제는 재료 탐구가 아닌 완제품인 품성을 갖고싶다는 데에 도달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챕터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게되었다.
유리라는 재료의 성질처럼 넉넉한 마음을 내주는 대가로 나를 내보이고, 빈 공간에 세상 구석구석을 담아낼 수 있으며 쓰임새도 유연하고, 경계는 있되 배타적이지 않는 유리병 같은 사람.
이 우주 안에 이렇게 생각하는 먼지로 태어난 것의 경이로움 ,
아주 작은 일로도 환호성을 지르는 마음에 윤기가 흐르는 작은 인간들 처럼
지금을 사는 나, 자기 자신에게서 긍정적이고 건강한 가치를 획득한 존재인 위버맨쉬.
미술을 통해 철학을 통해 결국은 현재의 나 자신에게 다가가게 하는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 이야기.
'철학적인 사람이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타인의 취향을 즐길 수 있어서 재미있지만 책 안의 그림들이 작아서 속 시원하게 눈에 보이는 작품으로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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